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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마 아프 클린트는 본인이 대학원 시절 관심을 가지고 좋아했던 작가이다. 현대미술사에서 급부상했던 여성 작가이지만, 한국에서는 전시가 없었기에 작가의 작품을 직접 관람하지는 못했고 작품 도록을 판매하러 학교로 오가시는 분에게 부탁하여 외국서적을 구입하여 작품을 보곤 했었다.

이번 부산 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한다기에 너무 반가웠다. 전시 관람료도 예술인패스 5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힐마 아프 클린트Hilma af Klint(1862-1944)

힐마 아프 클린트는 스웨덴의 예술가로 20세에 스웨덴 왕립 미술학교에 정식으로 입학하여 우등생으로 졸업하였다. 당시 여성으로서 미술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드문일이였다. 그 시대는 여성이 미술교육을 받았다고 할 지라도 결혼 후에는 가정에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관념때문에 여성이 화가로 성장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었고, 또 있더라도 미술계는 여성을 주 무대에 올려주지 않았다.

 그녀가 말한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는 것' 즉, 추상미술은 당시 미술계에서는 듣도보도 못한 것으로 간주되어 받아들여지기도 힘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의 추상회화는 우리가 알고있는 추상회화의 대표화가인 칸딘스키, 말레비치, 몬드리안 보다 앞서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유언대로 특별한 표식이 붙은 추상화들은 사후 20년 동안 공개되지 않은 채 묻혀있었다.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

 

이번 부산 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힐마 아프 클린트: 적절한 소환>은  "힐마 아프 클린트라는 이름을 소환하는 행위를 신중하게 성찰하고 그의 예술을 현재로 다시 불러들이는 하나의 정제된 의례로서 실천하고자 채택한 제목"이라고 전시 소개를 하고 있다. 과거의 예술가를 단순히 회고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녀의 작품을 소환하는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시기는 오늘날 현대미술 속에서 무엇에 기반되어야 하는 것인지 재고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전시해설이 잘 되어있었다. 이 작가를 처음 접하는 관람객들에게 아주 친절한 설명이 되어있었다. 전시해설집을 바탕으로 주요작품들을 소개해보겠다.

 

-초기작

힐마의 초기 그림은 식물, 초상, 풍경화 등을 정밀하게 그린 작업이 중심을 이룬다. 특히 식물의 구조와 생명의 질서를 포착하는 데에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는 이 시기의 작업은 비가시성 탐구로 이행하는 그의 예술 여정에 뿌리를 제공한다.

-5인회

1896년 힐마 아프 클린트는 네 명의 여성 예술가와 함께 5인회라는 영적 모임을 구성하며 정기적으로 드로잉과 기록을 남겼다. 이 모임은 단순한 신비주의 활동을 넘어 집단적인 예술 실천과 자동주의 기법 드로잉의 가능성을 탐색한 급진적 실험의 현장이었다. 힐마 아프 클린트의 이후 추상 회화는 이 시기의 영적 실천과 협업을 토대로 태동된다.

-태초의 혼돈과 에로스

태초의 혼돈과 에로스 연작은 힐마 아프 클린트가 영적 존재로부터 위탁받았다고 주장한 <신전을 위한 회화> 연작의 서막에 해당된다. 인간의 기원과 생명 탄생 이전의 상태를 주제로 원현, 나선, 파동 등의 모양으로 구성한 이 연작은 구상과 추상 사이의 경계를 전복하며 완전히 새로운 감각의 질서를 창조하기 시작한다.

 

-10점의 대형 그림

1907년에 제작된 <10점의 대형 그림>은 높이 약 3미터에 달하는 캔버스 열 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간 생애의 네 단계를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화면은 원, 나선, 곡선 등 자유로운 형상과 색채의 운동으로 가득 차 있으며 추상과 상징, 언어와 비언어적 흐름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연작은 그녀의 형식 실험이 가장 극적으로 구현된 예시이자 이후 작품의 구성 방식을 예고한 결정적인 작업이다.

 

-진화와 인식의 나무

나무는 생명의 구조와 우주와의 연결을 상징하며 작가 특유의 이중 기호와 대칭 구조가 반복된다. 이 연작은 신전 회화를 구성하는 축 가운데 하나로 지적 사유와 직관의 결합을 꾀한다.

 

그 밖에 백조-제단화-파르시팔-원자-꽃과 나무를 관찰하며-무제-청색 화첩 등으로 전시는 구성된다.

 

전시해설집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힐마 아프 클린트는 거의 한 세기 동안 미술사에 호출되지 않았다......한때 미술사가 너무 일찍 도착했다며 외면한 그의 작업은 이제 너무 늦게 발굴한 천재라는 편협한 수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소환되고 있다. 힐마 아프 클린트의 귀환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우리는 그녀의 작품이 소비되는 속도와 과잉된 관심을 조정하고 이 호출의 의미와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이러한 사유를 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의 소환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시일정은 2025.7.19-10.26일 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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