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금정문화회관 금샘미술관에서는 기획전시<경계>전이 열리고 있다. 정교하고 사실적인 기법으로 그린 작품들로 인물과 풍경, 정물 등 작가의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참여작가는 김대연, 김수미, 김시현, 김영성, 안정환, 이창효, 이흠, 정중원의 총 8명의 작가들로 구성되었고 한국 극사실회화의 현황과 흐름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다.

하이퍼 리얼리즘Hyper-Realism

하이퍼 리얼리즘Hyper-Realism은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 전반에 걸쳐 미국과 영국에서 주로 나타났던 동향이다. 주관을 배제하고 사실보다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여 현실과 사실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즉물주의'적 측면이 있다. 

이흠

화면 가득히 확대된 오색찬란한 색들은 우리의 미각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하며 달콤한 것들의 물질성과 비물질성을 함께 보여준다. 달콤한 것들이 주는 여운은 몸의 오감을 타고 확산되며 행복을 느끼게 한다.

김대연

 작가는 빛에 의해 포도 껍질의 흰 분을 세밀하게 표현하였으며 포도를 보면서 그 맛을 바로 생각하고 달콤함이 입안에 들어온 듯한 생생함을 작품 속에 담고자 했다. 포도는 예부터 다산과 부를 상징하며 신의 열매라 불리었고,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물방울과 물은 생명의 근원을 상징한다.

이창효

작가는 밭에서 방금 수확한 듯한 자두의 싱싱함과 자두표면에 가득 묻어나는 뽀얀 분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화폭 가득 담긴 자두는 풍요로움을 상징하고 강렬한 붉은색은 열정과 에너지 곧 희망을 상징한다.

김영성

 <nothing·life·object(無·生·物)>연작들은 문명의 발달로 인해 생명체가 위협받고 있는 현대사회의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를 제기한다. 투명한 유리너머로 어항 속과 밖의 풍경이 겹치고, 빛의 굴절과 반영을 통하여 크기가 혼돈되며, 작품 속에서 비어있는 공간과 생명, 물상 모두를 느낄 수 있는 극사실주의만의 매력을 연출하고 있다.

김시현

동양의 전통적 이미지인 비단 보자기를 소재로 다양한 의미를 담은 보따리를 극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작품은 보자기 안에 무엇을 담았는지 관람자의 궁금증과 상상력을 유발하며 다양한 디자인으로 창조된다.

김수미

한 잔의 차 속에는 다양한 고민과 생각 등 삶의 이야기를 담고 감정을 꽃피우며 또 다른 이야기를 전달한다. 작품의 소재가 되는 꽃과 화병, 커피잔, 정물들은 모두 고전적인 회화의 인상을 풍기고 있다. 작가의 정물화에 등장하는 꽃들은 싱싱한 생명력을 표현하듯 순수하고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전해준다.

안정환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돌아가야 할 곳인 자연이라고 작가는 얘기한다. 작품은 세밀한 묘사와 터치로 그림 속에 실제의 소품을 가져다 놓아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생생한 풍경을 자아낸다. 

정중원

작가는 과거의 인물들을 사진처럼 그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얼굴을 재현하기 위해 유사인물들을 합성하여 묘사함으로써 원본을 알 수 없는 인물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작품의 인물들은 피부와 땀구멍, 여드름, 수염, 머리카락 한 올까지 정교하고 세밀하게 묘사한 것을 볼 수 있다.

경계에 대하여

전시제목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보면 조르주 아감벤이 이야기한 동시대인이 문득 스쳐 지나간다. 현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거기에 속해 젖어있지 않는 자, 앞서나가지도 뒤쳐지지도 않으면서 그 시대를 관조할 수 있는 자, 시대와 시대의 부러진 척추를 접합할 수 있는 자, 바로 경계에 있는 자인 것 같다. 경계에서는 보다 객관적인 현실을 바라볼 수 있다. 우리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 수 있는 VR이나 컴퓨터 게임 세상을 즐길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우리의 생각과 의식을 뛰어넘어 그것이 투출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서나 그렇듯 지배세력과 피지배세력이 존재하고 인간의 우위를 가리는 것은 여전하다. 평등과 공정성이라는 개념이 만연한 우리 시대에서는 개인의 불만과 소외가 더욱 크게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젊은 청년이 컴퓨터 게임의 세계에 중독되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끔찍한 일들을 저질렀던 사건들은 보고싶은 것만 보고자 하는 나약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먼저 자신을 바로 잡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자기성찰에서 비롯되며 자신을 굳건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리하여 현실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관조하는 자', '동시대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경계에 서 있어야 하는 이유인 것 같다.

각 작가들의 작품사진은 전시내용을 스포일러하는 것 같아 부분 사진만을 실었다. 직접 방문하여 관람해야 작품의 감동과 전시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아쉬웠던 점은 작품설명이 화요일 목요일 11시, 3시라고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어서 시간을 맞추어 갔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는 점이다. 혹여나 작가에게 직접 설명을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역시나 글을 올린다는 것은 책임이 따르는 일인 것 같다. 전시는 2023 8.8(화)~9.3(일)까지 금샘미술관 1,2 전시실에서 열린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