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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개념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시간
시간이라는 것은 과거와 현재, 미래로 흐르는 선형적인 시간을 보통 이야기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시간의 직선적인 표상은 유대교와 기독교에서는 "시간에 창조의 시점인 시작이 있고 시간의 마지막에는 종말이 있으며, 이때 구원의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파한다.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계량적이고 수량적인 시간으로 전제하는 근대 자연과학에서도 시간을 직선적으로 그리고 있다. 인간의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시간이라는 개념은 개개인의 삶에 있는 처음과 끝의 존재도 암시한다. 이러한 흘러가는 흐름으로서의 시간을 그리스어로 ‘크로노스Chronos의 시간’이라 하는데, 이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고 변함없이 흘러가는 절대적인 시간을 의미한다. 시간이라는 것은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않든 계속 흘러가고, 그 흘러가는 시간은 잡을 수도 소유할 수도 없음을 우리는 안다. 그것은 우리가 과거와 현재가 직선상에 놓여있는 크로노스의 시간관에 익숙해진 까닭이다.
한편으로는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이 있다. 카이로스의 시간이란 지금을 가리키면서도 특별하게 열려진 지금, 특별하게 의미 부여한 순간의 시간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카이로스의 시간은 각자 인간의 삶이 객관적이라기보다 주관적이고 그 시간을 인식할 수 있는 인간의 정신적인 부분, 즉 내적 자아가 더 중요시된다고 볼 수 있겠다. 프로이트는 “무의식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과정들은 무시간적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무의식 속에서 절대적이고 영원한 시간이 있다는 뜻이 아니라, 의식의 흐름에서 적용되는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무의식이 조직되는 과정들은 시간적인 순서에 따라 일어나는 것도 아니며,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화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인간의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카이로스의 시간은 일상적인 시간의 규칙이 적용되지 않음을 뜻한다.
아이온의 시간
시간이라는 것은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않든 계속 흘러가고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을 잡을 수도 소유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들뢰즈는 『의미의 논리』에서 직선적인 한 방향으로 흐르는 시간과 다른, 역설(paradoxe)의 형식을 취하는 새로운 차원의 시간을 논증하고 있다. 이 시간은 오히려 현재를 비켜 가면서, 현재에서 과거와 미래의 두 방향으로 무한하게 분해되고 있는 듯이 전개되는 양상을 갖기 때문에 역설적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시간은 절대적인 동시성, 절대적인 공존의 형식으로 전개되는, 일종의 시간의 잠재적 형식이다. 이 시간을 들뢰즈는 ‘아이온의 시간’으로 부른다. 이러한 아이온의 시간은 현대의 이미지에서 일종의 자폐적이고 다소 병적인 나르키소스적 자아가 지니는 ‘시간의 텅 빈 형식’과도 맞물린다. 나르키소스적 자아가 지니는 시간의 텅 빈 형식이란 일상의 시간이 멈추어 버린 무시간적이고 무의식적인 시간을 말하는데, 비물체적이고 한계지어져 있지 않으며, 모든 물질에 독립적인 아이온의 시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에서 말이다. 나르키소스적 자아가 일상적인 크로노스의 시간에서는 무기력하고 자폐적인 성격을 지니지만, 어쩌면 그 주체를 넘어서서 시간의 텅 빈 형식 속에서는 자기 자신에게 내재해 있는 또 다른 층위들과 내면적인 잠재성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가능성들이 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참고도서
한국철학사상연구회·정암학당(연효숙), 『아주 오래된 질문들-고전 철학의 새로운 발견』, 동녘, 2017.
※ 이 글은 본인의 작업노트를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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