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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배경
시오타 치하루(Shiota Chiharu, 1972~)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으며 일본 교토의 세이카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하였습니다. 1996년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거주하면서 베를린 예술대학과 함부르크 미술대학 등 여러 대학을 거치면서 수학했습니다. 그녀는 공연, 비디오, 조각, 회화와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작업하는 작가로 특히 개인의 기억과 체험이 담긴 사물을 실과 연결하여 본인의 의식이 내재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시오타는 일본인이지만 독일에 거주하면서 자신이 일본과 독일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느꼈고, 낯선 타국에서의 생활 또한 녹록지 않았습니다. 처음 베를린에서 거주한 3년 동안 그녀는 총 9번의 이사를 거듭해야만 했습니다. 또한 계속되는 공연과 전시로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며 아웃사이더 또는 노마드로 살아가는 삶은 여러 문화 속에 자신을 어떻게 위치시켜야 할지,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은 무엇인지와 같은 의문을 제기하게 됩니다. 작가는 매일 밤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자신의 몸이 이탈해나갈 것 같은 불안을 느끼게 되면서 모든것과 자신의 몸을 실로 꽁꽁 묶고 싶은 충동을 받게 됩니다. 시오타의 작품은 이러한 자신의 상황과 감정이 그대로 반영되어 관람객이 마치 그 현상 속에 들어가있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잠자는 동안 During Sleep

‘실’은 시오타에게 처음에는 무의식과 현실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였습니다. 세상의 경계에서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면서 주변의 복잡한 관계에 대해 고찰하게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하는 촉매제였습니다. 그러한 유기적인 구조는 그녀가 끊임없이 반복하여 엮어가는 실타래로 표현됩니다. 실은 인간의 감정이나 인간관계, 그리고 유기적인 의식의 구조를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상징물입니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소속감의 부재는 시오타처럼 오랜 타국 생활을 해본 적 없는 사람도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경험입니다. 예컨대 잠을 자는 공간인 침대는 누구나 매일 접촉하는 대상이며 가장 안락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소속감의 부재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그 정체성이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어두컴컴한 밤이 되고 우리가 자는 동안에는 자신의 의식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과 공포는 더욱 커지게 됩니다. 이 작품은 자고 있는 사람이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한다고 인식하여 실이라는 수단으로 자신이 이탈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묶어놓고자 하는 심리로 반영된 작품입니다.
우리 사이에 Between Us

과거의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히는 듯 보이지만,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우연한 계기로 다시 살아나게 됩니다. 시오타는 지나간 일상적인 물건들을 통해서 그것들을 깨워 나가면서 부재한 것의 존재를 느꼈다고 합니다. 우리는 타인과의 연결고리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다는 것은 불안한 감정과 공포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가나 아트 센터에서 전시된 <우리 사이에>는 30개의 낡은 의자가 붉은 실로 얽힌 설치작업입니다. 시오타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물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새 물건이 아닙니다. 이 설치에 사용된 의자 역시도 낡고 바랜 것으로 누군가가 소유하였고, 그것에는 사용한 사람의 흔적이 담겨있습니다. 각각의 개인을 상징하는 의자는 한때 그 자리를 점령하던 누군가의 존재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인간의 존재를 동시에 암시합니다. 이는 삶과 죽음에 관한 작가의 성찰과 인간이 서로 복잡한 관계에 얽혀있음을 실을 통해 보여고 있습니다. 작가는 두 번의 암 투병을 겪었는데,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으며 마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체험은 그녀에게 삶과 죽음의 사이에 있는 영혼의 부재를 느끼게 하였고,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그들의 관계에 대해 말하도록 영감을 주었습니다. 시오타의 작업에는 일상 속에 묻혀 있는 사물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 사물들은 그녀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있는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매개체의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현실 세계에서 그녀가 엮어가는 실을 통해 생기를 불어넣으며 다시 공간 속에 스케치 됩니다. 결국,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것은 세계와의 대화이며 그것은 연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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