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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 론

언젠가부터 현대미술이 동시대 미술이라는 용어로 대체되어 사용되고 있고 또한 동시대성에 대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우리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점에서 과연 동시대 미술이라는 것은 단순히 연대기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미술은 과거부터 새로운 사조들의 연속이었으며 계속해서 변화되어 오고 있다. 또한, 미술 작품은 작품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화가의 작업실에서부터 시작하여 작품이 전시되는 갤러리 공간까지의 모든 과정과 그 작품을 보러 오는 관객에게까지 의미를 부여하고 개념화하는데 이르게 된다. 이러한 미술의 변화들은 문화적, 사회적인 다원성이 혼잡하게 서로 의존하는 가운데 불평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동시적이지 않은 시간성이 사실상 동시에 발생하는 등의 모순들 간의 충돌로 인해 동시대적인 실제 상황이 초래 [각주:1]되고 있는 우리의 삶의 변화와도 상당히 관계가 있을 것이다. 동시대 미술가라는 것은 현재 본인이 당면하고 있는 부분이며, 만약 그것이 본인이 추구하는 바와 다른 문제라고 할지라도 그것의 정체성을 연구해야 되는 것은 매우 당연한 문제이다. 2장에서는 동시대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오늘날 많이 사용되고 있는 노마드의 개념으로 시작하여 조르조 아감벤(Giorgio Agamben)이 이야기하고 있는 동시대인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3장에서는 동시대 미술의 개념적인 변화들과 현재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본 연구를 통해서 본인이 동시대 미술가로서 나아가기 위한 방향에 대해서 다시한번 고찰해 볼 수 있으며 새로운 작업을 제시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겠다.

2. 동시대인이란 무엇인가?

1. 노마디즘(nomadisme)

노마드란 유목민을 뜻한다. 노마드에서 유래된 노마디즘(nomadisme)은 오늘날 유행어가 되어 잘못 쓰이기도 하고, 아주 다양한 측면의 인간적인 것들을 수식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원시 부족, 열매 채취인, 수렵인, 목축인, 유랑 농경민, 기사, 소작인, 선원, 순례자, 곡예사, 음유시인, 수련 기간이 끝났으나 독립하지 못한 직인. 해적, 걸인, 추방당한 이, 사회에서 소외된 이, 상인, 탐험가, 계절노동자, 노숙자, 카우보이, 이주 노동자, 정치 망명객, 낚시꾼, 여행자, 예술가, 히피, 지사 근무 간부 또는 출장 중인 간부, 비디오게임 애호가, 휴대전화 또는 인터넷 사용자 등을 가리키고 있다.[각주:2] 즉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정주성을 띠지 못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고 싶어 하지만, 불행하게도 시대는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고 불안정하고 임시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패스트푸드, 패스트패션을 추구하고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사람들은 유행에 민감해지고 새로운 것을 빨리 읽어내는 자만이 문화의 선두주자에 설 수가 있게 되었다. 노마드적 이라는 말은 실로 이 시대를 대표하는 단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카라바조, <성 바울의 회심>, 1601년경, 두 번째 버전, 캔버스에 유채, 230 x 175cm,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로마

2. 조르조 아감벤(Giorgio Agamben)의 동시대인

아감벤은 동시대인에 대해 참으로 동시대인이란 자신의 시대와 완벽히 어울리지 않는 자, 자기 시대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는 자, 그래서 이런 뜻에서 비시대적인/비현실적인 자이다.”[각주:3]라고 말한다. 동시대인이 왜 비시대적이고 비현실적인 자인지에 대해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오시프 만델슈탐의 세기라는 시를 제시하며 동시대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의 세기, 나의 야수여

누가 너의 동공을 바라보고

두 세기의 척추와 피를

함께 붙일 수 있을까?[각주:4]

시인은 자신의 세기에 시선을 고정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자신의 시대를 직시하여야 하고 또한 지나간 세기와 앞으로 다가오는 세기를 연결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의 시대를 직시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정치적으로 시대를 바라보는 비판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의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볼 수 있어야 하고 그것들과 투쟁할 수 있어야 한다. 완벽하게 그 시대에 젖어있는 자는 그 시대의 암흑을 발견하지 못하므로 동시대인은 비시대적인/비현실적인 자라고 말 할수 있는 것이다. 또한, 두 세기를 연결하는 일은 흘러가는 시대에 머물러서도 다가올 시대에 도달할 수도 없기 때문에 그 두 세기 사이 어딘가 즈음에서 관조할 수 있어야 그 시대를 직시할 수가 있을 것이다. 아감벤은 동시대성을 유행의 시간성에 비유하기도 하였는데, 유행이라는 것은 그것이 유행하고 있는 어떤 시점, 유행의 카이로스는 포착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선형적인 시간의 관성적인 동질성 안에 현재를 가필함으로써 동시대인은 시간들 사이에 특별한 관계를 작동[각주:5]시키는데 이것은 과거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현재로 불러와 관련시키고 재해석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동할 수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3. 동시대 미술의 변화

하얀 입방체를 나타내고 있는 갤러리의 공간은 작업실에서 갓 도착한 어떠한 것도 예술작품이 되며 신성한 것으로 만든다. 그 공간은 원근법에 의해 마치 창문처럼 프레임마다 제3의 공간으로 빠져들었다가 다시 돌아온다. 이러한 인공적인 공간은 아카데미즘에서 비롯된 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요소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곧이어 사진이 발명되고, 인상주의 회화로 인해 프레임은 점점 형태를 잃어 가고 가장자리는 확장되기에 이른다. 이젤 회화는 이제 거는 것에 대한 문제로 눈을 돌리게 된다. 거는 방식으로 인해 그림과 벽의 관계를 읽게 하고 의미를 두게 되는데 이러한 관점은 오늘날 미술작품이 벽을 무인지대로 인식하고, 그 위에 세력권 의식으로써 작품 개념을 주장[각주:6]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의 적당한 예로 스텔라Stella의 변형된 캔버스를 들 수 있는데, 1960년 카스텔리 화랑에서 전시된 줄무늬가 있는 U-TL 모양의 캔버스는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그리고 벽의 모퉁이에서 모퉁이까지 전개되어 벽과의 유례없는 대화를 이끌었다.[각주:7]이러한 도전은 회화의 자유를 확장시키게 되었고, 1965년 뉴욕의 드완 갤러리에서 윌리엄 아나스타시William Anastasi의 설치 사진 전시는 벽이 벽을 대체시키는데 이르게 되었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에 들어서는 미술작품이 벽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장소로 옮겨지게 된다. 작품은 그 장소에 맞추어 제작되기도 했으며, 미술관이라는 제도적인 공간이 외부와 분리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자리 잡게 되었다. , 미술의 장소를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교류 관계 속에서의 제도적 틀로 설정했고, 이것이 바로 작품의 내용이 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술작품의 탈 심미화를 제거하고 작품을 탈 물질화하는 것과 동시에 진행된다. ‘작품은 더 이상 명사/오브제가 아니라 동사/과정을 추구하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관람 행위의 이데올로기적 조건에 대해 비판적인 예리함을 갖도록 자극하였다.[각주:8] 이와 같이 미술 매체의 물질적 구성요소들에 대한 탐구, 그 다음에는 그 미술 매체의 공간적인 지각 조건들에 대한 탐구, 또 그 다음에는 이러한 지각의 육체적 토대들에 대한 탐구[각주:9]로 미니멀리즘 미술에서 비롯하여 개념미술과 퍼포먼스, 장소 특정적 미술 등을 거쳐 갔다. 여기서 관람객, 즉 미술 관찰자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이론적 발전과 사회운동(시민권 운동, 다양한 페미니즘들, 퀴어 정치학, 다문화주의)에 의해 미술의 주체가 변화되었음을 의미했다. 이것은 매체의 표면으로부터 미술관 공간으로의 이동이나, 제도적 틀로부터 담론적 네트워크로의 이동, 그리고 많은 미술가들과 비평가들이 욕망이나 질병, 에이즈나 홈리스 같은 조건들을 미술을 위한 장소로 취급하는 지점에 이르기[각주:10]까지 하였다.

4. 결 론

동시대 미술은 동시대성이 지금 이 순간을 의미하듯이 이 순간 진행되고 있는, 동시대인이 생산하는 미술을 의미할 것이다.급변화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미술이라는 영역도 다양화되고 다변화되었다. 미술은 이제 틀지어진 이미지가 아닌 문화적패러다임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동시대인이 자신의 시대를 직시하여야 하며 과거의 역사와 새로운 시대의 사이를 연결하는 자이고, 사회적, 정치적으로 시대를 바라보는 비판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면 동시대 미술가 역시도 그와 같은 존재여야 할 것이다. 동시대 미술은 이제 매체의 특정성에서 벗어나 탈 장르화 되고 각 매채가 융합되면서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본인이 진정한 동시대인으로 살아가고, 동시대 미술가로 나아가기 위해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이 시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움과 동시에 지나간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자신에 대한 진중한 성찰이 요구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 단행본

자크 아탈리(2005).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웅진지식하우스.

브라이언 오도허티(2006). 하얀 입방체 안에서. 시공사.

조르조 아감벤(2010). 장치란 무엇인가? 장치학을 위한 서론. 난장.

권미원(2013). 장소 특정적 미술. 현실문화.

헬 포스터(2003). 실재의 귀환. 경성대학교 출판부.

. 국내 학술논문

김희영(2018), “동시대에 대한 미술관의 대안적 전망”, 조형교육67:59-70, 한국조형교육학회, p. 4.

. 국내 학위논문

강민기(2019), “동시대 미술에 나타난 예술적 특징과 확장하는 미술 개념에 대한 연구-본인 작품을 중심으로”, 동의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p. 50.

 
  1. 김희영, “동시대에 대한 미술관의 대안적 전망”, 조형교육, 67, 한국조형교육학회, 2018, p. 4. [본문으로]
  2. 자크 아탈리,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웅진지식하우스, 2005, p. 16. [본문으로]
  3. 조르조 아감벤, 장치란 무엇인가? 장치학을 위한 서론, 난장, 2010, p. 71. [본문으로]
  4. 조르조 아감벤, 앞의 책, 2010, p. 73. [본문으로]
  5. 조르조 아감벤, 앞의 책, 2010, p. 86. [본문으로]
  6. 브라이언 오도허티, 하얀 입방체 안에서, 시공사, 2006, p. 34. [본문으로]
  7. 브라이언 오도허티, 앞의 책, 2006, p. 36. [본문으로]
  8. 권미원, 장소 특정적 미술, 현실문화, 2013, pp. 32-39. [본문으로]
  9. 헬 포스터, 실재의 귀환, 경성대학교 출판부, 2003, p. 290. [본문으로]
  10. 헬 포스터, 앞의 책, 2003, p. 29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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